2016-07-04 / Admin / 1646
[명경재 칼럼] 맞춤의학 위해 무엇이 선행돼야 하나

염기서열 정상군 분류 문제… ‘공통 염기서열 지도’ 제작 우선

각 나라별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전산기술 발전·연구진 상호교류…질병 유전정보 상호관계 연구 필요

 

모든 사람의 유전 정보는 약간씩의 차이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사람들은 서로 다른 생김새를 가지고 있고, 환경의 변화에도 다르게 반응을 한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해서 치료를 하려는 움직임이 의생물학 분야에 일고 있다.

맞춤형 의학 (Personalized medicine) 혹은 정밀 의학 (Precision medicine)으로 불리우는 새로운 치료 방법의 시작과 왜 이러한 치료 방법이 필요한가에 대해서 지난 달에 다루었다. 이번 달에는 맞춤형 의학이 실제로 가능한지, 그리고 가능하려면 어떠한 연구들이 선행되어져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개개인의 유전 정보의 차이는 2003년에 완성된 인간 게놈 지도의 차이에 기초한다. 모든 생명체의 게놈은 네 개의 알파벳을 기본으로 사용한다. 이 알파벳을 염기 (base)라 하는데, 인간의 게놈은 약 33억개의 염기서열로 이루어져 있다.

이중 약 2만여개의 단백질을 만드는 정보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10%도 안되며, 다른 기능을 하는 부분들이 90%에 달한다. 다른 기능들은 현재도 정확히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러한 33억개의 염기서열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것이다.

나와 부모가 조금 가깝고, 형제가 그 다음으로 가깝고, 친척은 그 다음으로, 이런 식으로 차이가 벌어진다고 보면 된다. 그 차이는 얼마나 될까? 사람과 침팬지가 전체 게놈의 염기서열에서 차이가 약 4% 정도라고 알려져 있으니까, 사람들 서로 서로의 차이는 이보다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들어 발달한 유전정보 분석 기술의 도움으로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는 염기서열의 결정은 점차 쉬워지고 있다.

하지만, 알아낸 염기서열이 비록 서로 서로의 차이가 4%도 되지는 않지만, 33억개의 염기서열에서의 4%이고, 그 차이가 발생할 수 있는 위치도 다양해서, 이를 일일이 분석해 내는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전산능력의 혁명으로 한 사람의 염기 서열이 다른 사람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정상군으로 분류되는 표본집단을 만드는 일부터 큰 어려움이 따른다. 세계에 있는 다양한 유전적 차이가 있는 인류 중에 어떤 집단을 정상군으로 분류해야 할지가 문제로 야기된다.

이를 위해서, 각 인종, 국가별로 그 지역에 있는 사람들의 공통적 염기서열에서 질병과 상관관계가 없는 선에서 표본집단으로 대표할 수 있는 공통 염기서열 지도를 만드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를 넘어 세계적인 여러 연구실들이 각 나라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일이 선행돼야 한다.

현재 한국도 세계의 많은 나라들과 함께 한국 사람들, 그리고 동북 아시아에 존재하는 사람들의 데이터 베이스를 통해 표본 염기서열을 작성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표본 염기서열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우선, 여러 실험실의 노력과 이를 분석하는 전산 기술의 발전부터 절실히 요구된다. 또한, 이를 수행하고 있는 많은 연구진들의 끊임없는 상호 교류가 있어야 한다.

비록 표본 염기서열을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 일이지만, 각각의 질병과 유전정보 상의 상호 관계를 알지 못한다면 이는 막대한 노력과 재원의 낭비로 끝날 수 있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는 90%의 염기서열의 정확한 기능을 아직까지도 알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따라서, 모든 염기서열의 기능 연구, 질병과 유전정보 간의 상호 관계의 연구는 많은 개개의 연구실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유전정보의 차이에 따른 질병 가능성의 연구, 더 나아가 이러한 차이에 의해 발생된 질병을 타깃할 수 있는 새로운 약물의 개발이 진행되어져야 한다.

앞서 언급한 일련의 연구들이 다 이루어 진 후에도, 환경적 영향, 즉 의식주 차이에 의한 연구도 병행돼야 어느정도 질병과 유전적, 환경적 연관 관계를 유추해 낼 것으로 기대된다.

이는 막대한 데이터 베이스의 구축이고, 이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개개인의 차이를 찾아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전산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최근 들어 우리는 많은 곳에서 맞춤의학이 우리가 앞으로 생길지도 모르는 질병을 다 치료해 줄 것이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곤한다.

하지만, 현재 맞춤의학이 가능한 질병들은 극히 몇몇 질병에 국한돼 있고, 그러한 질병들도 매우 적은 수의 특정 유전자 변환이 돼 있는 환자들에게만 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 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가지고 있는 유전자 변환과 유방암 가능성의 경우는 유방암이 발생한 경우에 이를 타깃으로 하는 맞춤의학 치료제가 현재 개발 중이다.

하지만, 이 경우도 아직 많은 허들이 존재하고 있다. 맞춤의학은 미래에 많은 질병들의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지금 진행되고 있는 많은 연구들이 선행되어지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많은 기술적 개발이 필요하다. 너무 성급하게 맞춤 의학이 만능치료제로 인식되는 것은 오히려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의생물학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다음 달에는 맞춤의학을 하기 위해 개인 유전정보를 알게 되는 것과 이를 통한 사회적 파급효과에 대해 다뤄볼까 한다.

명경재 UNIST 특훈교수 / IBS 유전체 항상성 연구단 단장

<본 칼럼은 2016년 5월 20일 울산매일신문 3면에 ‘[명경재 칼럼]맞춤의학 위한 사회와 국가의 준비 필요’라는 제목으로 실린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