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0-15 / Admin / 324
‘관절염’ 고치는 법, ‘개구리’ 연구로 찾았다

관절염을 치료할 유전자를 개구리 연구로 찾아냈다. 연골(軟骨)은 한 번 손상되면 쉽게 회복되지 않는데, 이 유전자를 조절하면 연골 재생을 유도할 수 있다. 향후 관절염 세포치료제나 바이오 신약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박태주 생명과학부 교수팀은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 발생 연구를 통해 인테그린 베타 라이크 원(InTeGrin Beta Like One, 이하 ITGBL1)’ 유전자가 연골 형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규명했다. 또 이 유전자를 조절하면 관절염 악화를 막고, 연골 재생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도 밝혔다.

관절염은 대부분 뼈와 뼈 사이에 있는 물렁뼈, 즉 연골이 닳으면서 생긴다. 다른 세포나 조직처럼 연골도 쉽게 재생되면 좋겠지만 구조상 어렵다. 연골의 주요성분이 연골세포가 아니라 단단한 세포 밖 물질(세포외기질)이기 때문이다. 연골세포는 세포외기질과 꾸준히 신호를 주고받으며 견고한 조직을 만드는데, 이때 수개월에서 수년 정도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연골은 재생이 매우 어려운 조직으로 꼽힌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한 송은경 UNIST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이번 연구의 제1저자로 참여한 송은경 UNIST 생명과학과 박사과정 대학원생. 6년간 집중한 연구 결과가 이번에 빛을 봤다. | 사진: 송은경 제공

 

박태주 교수팀은 연골세포가 세포외기질과 신호를 주고받는 데 이용하는 인테그린(Integrin) 단백질에 주목했다. 세포 표면에 있는 이 단백질은 연골세포에게 신호를 보내 초기 연골조직이 만들어지도록 돕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연골 형성을 방해하므로 이 신호를 줄여야 연골 형성이 쉽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알아내면 연골 재생도 조절할 수 있다고 봤다.

연구팀은 우선 연골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부터 찾았다. 실험동물로는 아프리카발톱개구리를 활용했다. 이 개구리는 실험실에서 쉽게 다룰 수 있고, 유전적으로도 사람과 비슷해 오래 전부터 이용돼왔다. 체외수정을 하므로 수정란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알이 크고 발생과정이 빨라서 배아가 성체(개구리)로 변하는 발생 과정을 연구하기 좋다.

연구 결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얼굴 연골로 분화하는 연골세포에서 ‘ITGBL1 유전자가 많이 발현됐다. 이 유전자는 특히 연골세포가 연골조직을 만드는 과정 중 인테그린 신호가 줄어야 하는 시기에 맞춰 분비됐다. ITGBL1 유전자가 발현돼 만들어진 ITGBL1 단백질이 인테그린 신호를 억제해 연골조직 생성을 촉진한 것이다.

박태주 교수는 “관절염이 생기면 특정 효소가 나와 연골을 분해하고, 분해된 조각이 다시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악순환이 나타난다”며 “이런 현상은 인테그린 활성 때문에 발생하는데, ITGBL1 단백질이 분비되면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ITGBL1 단백질은 세포 밖으로 분비돼 세포 외부에서 작용한다. 이 덕분에 바이오 신약으로 활용될 수 있고, 세포치료제로서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실제로 박 교수팀은 이번 연구결과를 활용한 관절염 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이다.

ITGBL1 유전자를 많이 발현시키면 인테그린 신호가 억제돼 올챙이 얼굴뼈가 커지고 관절 연골도 재생된다.

ITGBL1 유전자를 많이 발현시키면 인테그린 신호가 억제돼 올챙이 얼굴뼈가 커지고 관절 연골도 재생된다.

박 교수는 “인테그린의 과도한 활성은 관절염뿐 아니라 암, 과민성 대장증후군, 건선 등 다양한 질환과도 연결돼 있다”며 “이번 연구로 ITGBL1 단백질이 인테그린 활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게 밝혀지면서 다양한 질환의 바이오 신약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열렸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아주대 의과대학 양시영 교수팀과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naslational Medicine)’ 1010(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박태주 교수와 일문 일답

Q1. 실험동물로 사용한 아프리카발톱개구리(Xenopus)’는 어떤 동물인가요?

A1. 아프리카발톱개구리는 100년 넘게 사용된 실험동물입니다. 체외수정을 하는데다 알이 투명하고 커서 수정란이 분할하는 과정을 관찰하기 좋아요.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영국의 생물학자, 존 거든 경(Sir John Bertrand Gurdon)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로 실험했죠. 오랫동안 활용되다 보니 수정란이 2개, 4개, 8개로 쪼개졌을 때 각 부분이 무엇이 될지 밝혀져 있습니다.

또 원하는 부분만 돌연변이로 만들 수 있어 초기 발생 단계를 관찰하기에 아주 적절한 동물이죠. 효모나 꼬마선충, 초파리처럼 실험실에서 쉽게 다룰 수 있고, 유전적으로도 사람과 비슷합니다. 알에 유전자 조절 물질을 찔러 넣는 방식으로 간단하게 실험 모델도 만들 수 있고, 이런 실험을 통해 특정 유전자의 기능을 밝혀낼 수 있습니다.

2016년 10월 UNIST의 권태준 교수가 포함된 국제 연구진이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유전체를 완전 해독했습니다. 그 결과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4만여 개의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면서 ‘개구리를 이용한 인간 질병 유전자 연구나 신약 개발’ 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유전체 기반 시스템 생물학 연구나 유전체 편집 연구 등에도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더 적극적으로 쓰일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기사 바로가기)

10월 20일자 네이처 표지로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선정됐다. | 출처: Nature

10월 20일자 네이처 표지로 아프리카발톱개구리가 선정됐다. | 출처: Nature

 

Q2.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얼굴뼈와 관절염이 어떻게 연결되는 건가요?

A2. 얼굴뼈는 처음부터 단단한 뼈로 형성되는 게 아니라 연골이 먼저 만들어진 뒤 딱딱하게 굳는 방식으로 만들어집니다. 개구리 얼굴은 사람이나 쥐에 비해 단순하기 때문에 어떤 유전자가 얼굴 형성에 관여하는지 찾아내기 쉽죠. 저희 연구팀은 얼굴의 연골을 만드는 유전자 후보를 찾아내 수년간 검증해왔습니다.

개구리 얼굴뼈를 만드는 연골의 형성 원리는 관절 사이에 존재하는 연골과 똑같습니다. 따라서 개구리를 통해 발견한 유전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알게 되면 사람의 관절염을 치료하는 데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Q3. 그렇다면 연골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나요?

A3. 연골조직에서는 세포보다는 세포 밖 기질이 탄력이나 유연성 부분에서 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연골세포는 세포외기질과 끊임없이 신호를 주고받으며 견고한 연골조직을 만드는데요. 이때 인테그린(Integrin)이라는 세포막단백질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인테그린 단백질은 연골이 형성되기 전에는 연골세포들을 연골조직의 모양으로 집결시켜 발생 초기 연골조직의 생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연골조직이 어느 정도 꼴을 갖추면 인테그린 신호가 오히려 연골 형성에 방해가 됩니다. 연골세포들을 뭉치는 것보다는 세포외기질로 구성된 연골조직을 견고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특정 시점에 인테그린 신호를 줄여줘야 하는데, 이번에 발견한 인테그린 베타 라이크 원(ITGBL1) 단백질이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4배체 유전자를 가진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모. | 사진: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4배체 유전자를 가진 아프리카발톱개구리의 모습. | 사진: 아자스튜디오 이서연

 

Q4. ITGBL1 유전자를 활용한 관절염 치료제는 어떤 형태가 될까요?

A4. 관절염 부위에 ‘ITGBL1 단백질을 많이 만들 수 있는 연골세포를 주입하는 방식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연골세포의 유전자를 조절해 ITGBL1 유전자의 발현을 늘리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관절 부위에 이식된 연골세포에서 ITGBL1 단백질을 많이 만들어내게 되고, 이 단백질이 인테그린 단백질의 신호를 억제할 것입니다. 그 결과 인테그린 단백질 때문에 생기는 염증반응도 줄어들고, 연골 생성도 촉진할 수 있게 됩니다.

이미 시중에는 관절염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가 나와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제품들은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염증을 억제할 뿐 연골 재생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ITGBL1 유전자를 조절한 새로운 세포치료제는 관절염 악화를 막을 뿐 아니라 연골 재생까지 바라볼 수 있습니다.

Q5. 실제 관절염 치료제를 언제쯤 볼 수 있을지, 후속 연구는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A5. 먼저 신약개발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은 연구 분야라는 걸 참고로 말씀드립니다. 현재 벤처 회사의 설립 및 초기 투자를 제의한 기술지주회사와 투자 및 창업 시기를 조율 중입니다. 투자심의와 투자 이사회는 잘 통과됐고, 아마 내년 초 즈음에 벤처 회사를 설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동물을 이용한 전임상 연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합니다. 특히 관절염은 작은 동물인 마우스 모델과 큰 동물인 양과 돼지 등의 연구결과가 반드시 제시돼야만 임상 실험 허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적어도 3~4년 동안 동물실험이 진행되고, 이후 4~5년 정도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치료제 개발을 완료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박태주 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골 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김경채

박태주 교수가 실험실에서 연골 형성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 김경채

 

Q6. 개구리 얼굴 형성 연구가 신약 개발로 이어진다는 게 놀랍습니다. 이런 연구결과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까요?

A6. 사람의 유전자 중 많은 부분이 발생 단계에서 사용되고 이후에는 쓰이지 않는데요. 이들 유전자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면 각종 유전질환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발생학은 질병 연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특히 유전질환의 20~30% 정도는 얼굴 형성에 관한 유전자와 관련돼 있어요. 얼굴이 만들어지는 원리를 파악하는 건 질병의 예측이나 치료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이번 연구에서 얼굴뼈 형성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관절염 치료제 개발의 길을 열어준 것처럼요.

세계적으로 얼굴 형성에 관한 연구가 시작 단계에 들어서 있기는 하나 연구가 부족한 편입니다. 저는 개구리 연구로 발견한 세포생물학적, 유전학적인 메커니즘을 질병 원인 파악과 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입니다.